신심명(神心銘) 강설 (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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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명(神心銘) 강설 (61-70)

무진스님 0 2551
61) 재빨리 상응코저 하거든 둘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 要急相應하면 唯言不二로다.
                                                                                 (요급상응)      (유언불이)
앞에서 ‘진여법계는 남도 없고 나도 없다’고 하니 아무것도 없는 텅빈 그런 세계라고 생각할는지 모르나, 진여법계는 그런 세계가 아니라 대자유의 세계입니다. 요즈음 말로 하면 삼차원의 차별세계를 완전히 초월하면 차별이 다한 사차원의 부사의경계(不思議境界)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여법계이며 ‘둘 아님을 말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둘 아니란 말은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있음(有)과 없음(無)이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립되어 서로 통하지 못하는 상대세계를 초월하고 절대세계에 들어가면 모든 상대를 극복하여 융합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나와 남이 없다 하니 아무 것도 없이 텅텅 빈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나와 남이 없을 뿐입니다. 따라서 남이 곧 나이고 내가 바로 남으로서, 나와 남이 하나로 통하는 절대법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62) 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不二가 皆同하야 無不包容하니.
                                                                                  (불이)  (개동)     (무불포용)
서로 상극되는 물과 불을 예로 들어 봅시다. 물과 불이 상대적으로 있을 때는 서로 통하지 않지만, 참으로 쌍차(雙遮)하여 물과 불을 초월하면 물이 곧 불이고 불이 바로 물이 되어 버립니다. 보통의 논리로는 전혀 말이 안 되는 듯도 하지만, 여기에 와서는 물과 불이 둘 아닌 가운데 물 속에서 불을 보고 불 속에서 물을 퍼내게 되니, 이러한 세계가 참으로 진여법계라는 의미입니다.
 
둘이 아닌 세계, 즉 물도 불도 아닌 세계는 물 속에 불이 있고 불 속에 물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체 만물이 원융무애하고 탕탕자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용하지 않음이 없다’한 것이니 쌍조(雙照)입니다. 즉 그 세계에서는 일체 만물의 대립은 다 없어지고 거기에 포섭되지 않는 것이 없게 됩니다. 이와 같이 둘이 아닌 진여법계를 깨치지 못하면 서로서로 대립이 되어 포섭이 되지 않고 싸움만 하게 됩니다. 쌍차(雙遮)란 모든 것을 버리는 세계며, 쌍조란 모든 것을 융합하는 세계입니다.
 
63) 시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모두 이 종취로 들어 옴이라. 十方智者가 皆入此宗이라.
                                                                                      (시방지자)   (개입차종)
시방세계의 모든 지혜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 종취로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모든 있음과 없음의 차별세계를 떠나면 절대세계인 둘 아닌 세계(不二世界)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 종취에 들어간다’한 것은 바로 ‘둘 아닌 세계’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대립을 버리면 모든 것이 융합한 세계에 들어가는데 그곳이 곧 둘 아닌 세계, 진여의 세계, 쌍조의 세계인 것입니다.
 
64) 종취란 짧거나 긴 것이 아니니 한 생각이 만년이요. 宗非促延이니 一念이 萬年이요.
                                                                                  (종비촉연)      (일념)   (만년)
이러한 종취는 짧거나 긴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촉(促)이란 짧은 것, 연(延)이란 긴 것입니다. 이 진여법계의 종취는 시간적으로 짧거나 길지도 않다는 것으로서 한 생각 이대로가 만년이며 만년 이대로가 한 생각입니다. 즉 무량원겁(無量遠劫)이 한 생각이며 한 생각이 무량원겁이라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짧은 것도 없고 긴 것도 없다 하니, 이것은 무엇을 말하느냐? 긴 것이 짧은 것이고 짧은 것이 긴 것이라는 뜻으로서, 한 생각이 만년이며 만년이 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짧고 긴 것이 아니라’함은 쌍차(雙遮)이며, ‘한 생각이 만년’이라는 것은 쌍조(雙照)를 말합니다. 우리가 진여자성을 깨쳐서 대도를 성취하면 시간의 길고 짧음이 다 끊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생각이 만년’이라고 해서 한 생각과 만년이 따로 있는 줄 알면 큰 잘못입니다. 그것은 시간, 공간이 끊어진데서 하는 말이므로 ‘한 생각’도 찾아 볼 수 없고 ‘만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65) 있거나 있지 않음이 없어서 시방이 바로 눈 앞이로다. 無在不在하야 十方目前이로다.
                                                                                     (무재부재)        (시방목전)
시방(十方)은 먼 곳을 말하고 목전(目前)은 가까운 곳을 말합니다. 공간적으로 멀고 가까움이 서로 융합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탈하여 둘 아닌 진여세계로 들어가면 시간적으로 길고 짧음이, 공간적으로 멀고 가까움이 없어서 한 생각이 만년이고 만년이 한 생각이며,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없어서 시방이 목전이고 목전이 시방입니다.
 
여기서는 멀고 가까움이 통하여 원융무애한 둘 아닌 세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있음도 없고 없음도 없다’는 것은 쌍차를 말하며 ‘시방이 눈앞이라’함은 쌍조를 말합니다.
 
66)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極小同大하야 忘絶境界하고.                                                                            (극소동대)        (망절경계)
어떻게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을 수 있는가? 이는 조그마한 좁쌀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간다는 의미인데, 시방세계 속에 좁쌀이 들어간다는 말은 알기 쉽지만, 좁쌀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간다 하면 상식적으로 우스운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원융무애하여 상대가 끊어진 세계는 조그마한 좁쌀 삼천대천세계가 들어가고도 남는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상대적인 경계가 끊어져 한계가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한계가 있으면 작은 좁쌀에도 한계가 있고 시방세계도 한계가 있으니 작은 좁쌀 속에 어떻게 큰 시
방세계가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여기는 한계가 없으므로 조그마한 좁쌀 속에 큰 시방세계로서, 온 시방세계가 좁쌀 속에 모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크고 작은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경계가 있다면 좁쌀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67) 지극히 큰 것은 작은 것과 같아서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음이라. 極大同小하야 不見邊表라.                                                                             (극대동소)        (불견변표)
지극히 커도 작은 것과 동일하여 가도 없고 밑도 없고 끝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것이 큰 것이 같다’함과 지극히 큰 것과 작은 것과 같다‘함은 쌍조(雙照)를 말한 것이며, ’경계가 끊어졌다‘함과 끝이 겉을 볼 수 없다’함은 쌍차를 말한 것으로 모두 양변을 여의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쌍차쌍조(雙遮雙照)가 되면 둘 아닌 세계(不二世界)에 들어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68) 있음이 곧 없음이요 없음이 곧 있음이니. 有卽是無요 無卽是有니.
                                                                   (유즉시무)   (무즉시유)
있음과 없음이 각각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이 없는 것이며 없는 것이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있음과 없음이 가장 통하기 어려우나 진여법계에서는 모든 것이 원융하여 무애자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69) 만약 이 같지 않다면 반드시 지켜서는 안 되느니라. 若不如此인댄 不必須守니라.
                                                                                   (약불여차)      (불필수수)
있음과 없음이 둘이 아닌 진여법계를 우리가 실제로 바로 깨치면,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인 둘 아닌 세계로 바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하기 전에는 불법(佛法)이라 할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70)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 一卽一切  一切卽一이니.
                                                                (일즉일체)  (일체즉일)
하나가 작은 하나이며 일체는 커다란 전체입니다. 진여법계에서는 하나가 곧 많음이고 많음이 바로 하나로서 하나와 많음이 서로서로 통하여, 곧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바로 하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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